탈군사부일체(脫君師父一體)사회

20719 이서영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임금님과 스승님과 아버지는 한 몸과 같다.’라는 말이다. 옛 우리 선조들은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서당에서는 훈장님의 말씀 곧 자신의 사상과 정체성을 확립해갔으며, 항상 웃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을 통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예부터 전해져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학교에서의 스승과 제자 사이는 허물없는 관계를 넘어 반 인륜적 행위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물론 스승과 제자 사이에 존재하던 벽을 허물고 대화를 통해 많은 소통을 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몇몇 학생들은 폐륜아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행하고 있다. 남학생이 여교사를 희롱하거나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여 전치 8주의 중상을 입히는 등 이는 같은 학생이 봐도 어처구니 없는 행동들이다. 어쩌다가 이러한 시국까지 왔는지 옛 선조들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훈계를 놓을만한 일이다. 이제 더 이상 군사부일체란 말은 우리의 학교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되어버린 듯하다.

올해 3월 초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이 인권주체로 학교에서 존중받도록 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안을 내놓았다. 많은 경기도 내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를 반겼고 학교는 교칙을 수정하였다. 조례안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야간 자율학습·보충학습 등 정규교과목 이외 교육활동 강제금지, 두발 자유화, 모든 학생 대상 일괄 소지품 검사 금지, 교내 체벌 전면금지, 휴대폰 소지 자유, 특정 종교행사 참여 및 대체과목 없는 종교수업 강요 금지, 학생생활규정 제, 개정시 학생 참여 의무화 등이 있다.

이를 계기로 학교 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고등학교 진학 후 흡연예방의 목적으로 불시에 전교생이 소지품 검사를 받은 날이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자신의 가방을 검사하는 모습을 복도에서 어이없게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학교에서는 통보 없는 소지품 검사는 사라졌다. 다만 얼마 전 흡연예방과 학교폭력 등의 이유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생들의 소지품 검사에 동의해 주십사하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았다. 전에 있었던 아무런 통지도 없이 행해졌던 소지품 검사에 비하면 이번 동의서를 통해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려 노력하는 학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무실 밖에서 의자를 들고 벌을 서던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졌고, 복도를 다니며 머리 길이를 지적하고 교복 이외의 바람막이나 가디건, 패딩 등의 상의를 입을시 강제로 빼앗아가던 모습도 사라졌다. 거의 강압적으로 이루어졌던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또한 학생들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학생들은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얻었고 배움의 자유를 얻었으며 자아실현의 기회가 넓어진 것이다. 옛 훈장님의 말씀이 곧 법도였던 학교는 사라지고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렴하며 반영하는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로 탈바꿈하였다.

하지만 여기서 아주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학생들의 인권만 인권이며 교사들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학생인권조례안 시행 이후 교사들의 부정적 의견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이 잘못된 행동을 하여 생활지도를 위해 훈계를 하거나 체벌을 하려해도 학생들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어서 교육청에 신고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선생님이 체벌을 하려하면 수업시간에 반항하며 가방을 싸들고 무단으로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 모습은 같은 학생의 입장에서도 눈살을 찌푸리는 행위이다. 교사가 학생을 폭행한 사건으로 학생 인권이 중요시 되었는데 이제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여 교권이 침해되는 시국이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임에도 선생과 제자 사이에서 이미 주객전도를 넘어선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지만 현재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확실히 교권과 학생의 인권이 모두 존중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는 학생이나 교사나 어느 한 쪽에서 치우쳐져 보는 것이 아닌 양쪽 모두의 인권을 존중하는 건강한 학교의 모습을 바란다. 현재 학생인권조례안 발표 후 학생과 학부모는 매우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으나 교사는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또한 무조건적인 체벌금지로 인해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있어 학교의 모습이 차마 눈뜨고 보기 민망할 정도이며 그로인해 같은 학생에게까지 피해가 올 지경이다. 명목상 겉으로 내세워 학생의 인권을 위해 금지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또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다. 체벌이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금지 또한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얼마 전 흥행한 부모님세대의 학창시절의 추억을 담은 영화 ‘써니’를 엄마와 보았다. 엄마는 영화가 끝나고 그때의 추억을 회상하시는 듯 저에게 학창시절을 이야기해주셨다. 나도 엄마처럼 우리들의 행복했던 학창시절이 미래에 영화화되어 흥행작이 되고 내 아들, 딸에게 나의 행복했던 학창시절을 들려주고 싶다. 그러니 하루빨리 소통과 나눔, 자율과 책임이 있는 행복한 학교를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