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에게 배운 교훈

암에 걸려 항암치료차 엄마와 함께 병원에 온 예닐곱 살 난 남자아이가 역시 암으로 치료하러 병원에 온 한 중년의 여성 옆에 앉게 됐다. 이 여성의 목발을 보고 말했다.

“아줌마. 이 목발을 짚어야 걸을 수 있어요?”

“그렇단다.”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더니 아줌마가 갖고 있던 ‘어린왕자’ 플라스틱 인형을 만지작거리며 말한다.

“그런데 아줌마. 이 어린왕자는 눈이 없어요.”너무 낡아 눈이 지워졌던 것이다.

“아줌마가 다시 눈을 그려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어린왕자가 다시 볼 수 있잖아요.”

1943년 출간된 생떽쥐베리(1900~1944)의 어린왕자는 어른을 위한 동화의 범주에 든다.

어느 날 사하라 사막 한 가운데 불시착한 비행사 ‘나’는 이상한 복장의 어린아이를 만난다. 그 소년은 아주 작은 소혹성의 왕자였다. 투정만 부리는 장미꽃을 별에 남겨두고 여행길에 오른 왕자는 6개의 별을 순례하고 지구에 왔다.

■명령할 줄밖에 모르는 왕 - 남에게 군림하려고만 드는 어른

■남들 박수쳐 주기만을 바라는 허영꾼 - 허영 속에 사는 어른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워 그걸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술꾼 - 허영주의에 빠진 어른

■우주의 5억 개 별이 모두 자기 것이라고 세고 있는 상인 - 물질 만능주의의 어른

■1분마다 한 번씩 불을 켜고 끄는 점등인 - 기계문명에 인간성을 상실한 어른

■아직 자기 별도 탐사해 보지 못한 지리학자 - 이론만 알고 행동이 결여된 어른

왕자는 여우에게 친구가 되자고 제안하자 여우는 아직 ‘길들여지지’ 않아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내겐 네가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만일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난 빵을 먹지 않으니까 밀밭은 내게 아무 의미도 없어. 그건 슬픈 일이지. 그러나 넌 금빛 머리칼을 가졌어. 그러니까 네가 날 들인다면 밀은 금빛이니까 너를 생각나게 할 거야. 그러면 난 밀밭을 지나가는 바람소리도 사랑하게 되겠지. 만약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행복해질 거야.”

작별을 할 때, 여우는 선물로 비밀 하나 가르쳐 준다.

“내 비밀이란 이런 거야. 제대로 보려면 마음으로 봐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어린 왕자는 마음을 쏟아 ‘길들인’ 장미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다시 자기 별로 돌아간다.

무조건 ‘보임’이 중요한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관심과 이기주의로 단단히 무장하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신의 고통보다 남의 고통을 먼저 알아보았던 병원의 어린왕자가 되어 보자.

(교장훈화 2011/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