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훈화(2011.03.28)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릴케가 1903년부터 1908년까지 어느 시인 지망생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글.

당신은 참으로 젊습니다.

당신은 모든 시작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당신에게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당신의 가슴속에 풀리지 않은 채로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인내심을 갖고 대하라는 것과 그 문제들 자체를 굳게 닫힌 방이나 지극히 낯선 말로 적힌 책처럼 사랑하려고 노력하려는 것입니다.

당장 해답을 구하려 들지 마십시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은 그 해답을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아직 그 해답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이제부터 당신의 궁금한 문제들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십시오. 그러면 먼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해답 속에 들어와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어려운 것에 집착하여야 한다. 자연의 모든 것들은 어려운 것을 극복해야 자신의 고유함을 지닐 수 있다. 고독한 것은 어렵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아마도 내가 알기에 그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고 다른 모든 행위는 그 준비 과정에 불과하다.

젊은이들은 모든 일에 초보자이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사랑할 줄을 모른다. 그러나 배워야 한다. 모든 존재를 바쳐 의롭고 수줍고 두근대는 가슴으로 사랑을 배워야 한다. 사랑은 초기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합일, 조화가 아니다. 사랑은 우선 홀로 성숙해지고 나서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하나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자격이 필요해서 먼저 나 스스로의 성숙한 세계를 이루어야 한다. 안일주의에 빠지지 말고 남을 위해 하나의 ‘세계’가 되기는커녕 여전히 옹졸한 마음으로 길을 잃고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사랑할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릴케라는 이름이 열정과 낭만을 잃고 한줌의 재가 되어 버린 우리의 메마른 가슴에 작은 불씨를 지폈으면 좋겠다.

(교장 훈화 2011/03/28)